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blurt • 3 days ago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윤 제 림---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법 하나는 노래하며 걷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저를 모르시겠어요, 눈물을 훔치며 손목을 잡는 버드나무가 있을라 마침 흰 구름까지 곁에 와 서서 뜨거운 낯이 한껏 더 붉어진 소나무가 있을라 풀섶을 헤치며 나오는 꽃뱀이 있을라 옛사랑은 고개를 넘어오는 버스의 숨 고르는 소리…hansangyou in blurt • 4 days ago진달래꽃---김 소 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한 상 유--- 섧게 위하여 되뇌는 이름 쑥 둔덕…hansangyou in blurt • 5 days ago화초 앞에서---윤 준 식--- 네가 나인 줄은 몰랐다 바깥바람이 차다는 소리에 난 문을 닫아버렸을 뿐이다 흙 담장 아래 노랗고 둥근 얼굴로 날 바라볼 때 힐끗하며 지났을 뿐이다 네가 나인 줄은 몰랐다 따스한 햇살이 생명을 주는 엄마의 숨소리였다 앞을 보자 울창한 모습으로 내 앞에 네가 서있다 벽지로 가려진 세상조차도 받아들이겠다는…hansangyou in blurt • 6 days ago민들레의 꿈---정 진 윤--- 길모퉁이 한 뼘 얻지 못해 먼지 낀 돌 틈 천연스레 팔을 끼고 얽혀 들어 노랑 실낱 겹겹이 꽃을 피웠다 꽃 담장에서 사진을 찍고 웃음소리 이어지는 날이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걸 민들레는 알고 있었다 철없는 꿈으로 부푼 홀씨들 슬픈 내색 없이 보내려 담담히 하늘을 바라보는 민들레 이미 속을 다…hansangyou in blurt • 7 days ago진달래와 봄 아침---애 해 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눕는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hansangyou in blurt • 8 days ago하숙---장 정 일--- 녀석의 하숙방 벽에는 리바이스 청바지 정장이 걸려 있고 책상 위에는 쓰다만 사립대 영문과 리포트가 있고 영한사전이 있고 재털이엔 필터만 남은 캔트 꽁초가 있고 씹다버린 셀렘이 있고 서랍 안에는 묶은 플레이 보이가 숨겨져 있고 방 모서리에는 파이오니아 엠프가 모셔져 있고 레코드 꽂이에는 레오나드 코헨, 죤 레논, 에릭…hansangyou in blurt • 9 days ago개나리---신 순 재--- 삐죽삐죽 잎 내밀고 삐죽삐죽 꽃 내밀고 성격이 모나 삐진 개나리 꽃도 삐죽 잎도 삐죽 삐죽 삐죽 꽃 내밀고 삐죽 삐죽 잎 내밀고 찬바람 뒤로 하고 새봄 마중 나왔네 ---신 순 재--- 설레는 가슴 안고 갓 태어난 모습으로 노란 햇병아리 또랑물 졸 졸 졸 봄 마중 나왔네 꽃샘바람…hansangyou in blurt • 10 days ago삼회리 꽃길에서 이 노래를 듣다---장 범 준---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hansangyou in blurt • 11 days ago첫사랑---정 재 황--- 초록으로 매달려 파르르 떨며 말한다 그리움으로 그리움인지 알아 흘러간 사랑이라 했는데 아니야 아내야 사랑은 사랑은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야 오 백 이십 년 된 창의리 느티나무는 수줍게 웃었다. ---정 쟁 황--- 난 꽃인가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씨 착한 꽃인가 봅니다. 그냥 문득 그런…hansangyou in blurt • 12 days ago<연인> 봄호의 시들---허 영 자--- 배신의 위협 이별의 슬픔은 장막 뒤에 숨은 자객 날카롭게 번뜩이는 그 칼날 위에서 오히려 향기로운 한 송이 창백한 꽃. 봄 가고 여름 가고 가을도 늦은 가을 두 벌 꽃으로 피는 내 사랑은 아날로그 오늘밤에도 기나긴 손편지를 쓰리라 시간의 수레바퀴 제 아무리 광속으로 달린다 한들…hansangyou in blurt • 13 days ago문학바탕 3월호에 실린 시 넷---송 선 영--- 지워질까 담지 못하겠네 담다가 마음 아파 마실 수 없겠네 맛이라도 보자 한 잔 담아 먹고 그 맛 그리며 두고두고 보아야 하겠네 ---남 상 미--- 호흡하는 바람 샛노란 봉달이 양털처럼 가볍게 조용하게 걸어놓지 못했다. 새록새록 날아가는 햐얀 구름 내려와 드높은 바다를 사르던 때 까치…hansangyou in blurt • 14 days ago봄의 노래---천 양 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hansangyou in blurt • 15 days ago봄비 내리면---남 정 림--- 봄비 내리는 소리는 희망의 이빨이 돋아나듯 얼마나 파릇파릇한가 아직 잠이 덜 깬 새싹이 초롱초롱 깨어나는 아늑한 꿈결의 소리 나도 사랑받고 싶었다고 하늘 향해 손을 흔드는 풀잎 톡톡 간질이는 가늘고 투명한 봄비 소리 봄비 내리면 나도 네 가슴 속에서 파릇파릇 돋아나고 싶다. ---한 상…hansangyou in blurt • 16 days ago봄 나기---한 상 유--- 봄 들고 아울러 풀빛을 더하는 여남은 날 콧소리 맹맹하게, 때론 종잘거리며 천연덕스레 널평상을 뒹굴던 점순이는 담장에 싸지르다 앵두꽃 본 노랑나비 눈꼴시다 못해 쌍그레 뜬 망울 속에 앓는 봄. 툭 까놓고 말하자면, 달보드레... 여남은 날 내내 ---윤 진 화--- 잘 지냈나요? 나는…hansangyou in blurt • 17 days ago봄날에 간다---정 재 황--- 봄날에 간다 소풍을 간다 봄날에 간다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김 이 겸--- 겨우내 잔뜩 옴추렸던 대지에 비가 내린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 새로운 봄을 잉태하며 인내하던 생물들의 단잠을 깨우는 비가 내린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온 대지가 한껏 기지개를 키며 연둣빛…hansangyou in blurt • 18 days ago목련을 노래한 시들---김 옥 남--- 방금 기도를 끝낸 하얀 성의의 천사들이 꽃등불을 밝히고 삼월의 뜰을 걸어 나왔다 하늘을 향해 목울대를 곧추 세우고 꽃송이 송이마다 볼을 부풀린 것이 지휘봉을 휘두르는 바람의 호흡따라 지금이라도 곧 봄을 찬양하는 합창을 시작할 것만 같다 ---김 경 주---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십…hansangyou in blurt • 19 days ago목련---한 상 유--- 너는 꿈, 봄날보다 짧은 꿈 겨우내 눈을 마주치며 기다린 보람을 하룻밤 빗소리로 떨구는 꿈 그럴 줄 알았기에 차라리 눈을 감아도 벌써 거반 비인 하늘가엔, 굳이 바람이 전하는 꽃잎 지는 소리 그렇게 아픈 기막힌 꿈 ---류 시 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hansangyou in blurt • 20 days ago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 상 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한울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한울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hansangyou in blurt • 21 days ago꽃 피는 것 기특해라--- 서 정 주 --- 봄이 와 햇빛 속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물가로 가면은 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 봄날에 꽃 피는 것 기특하여라. --- 서 정 주 ---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 제비 묻혀오는 하늬바람 우에 혼령 있는…hansangyou in blurt • 22 days ago산유화---김 소 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