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하루

in blurt •  2 months ago 

지난 토요일이 유월 유두절이었다. 보통 유두에는 햇밀을 빻아 밀떡을 해 먹는 날이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햇밀가루 반죽을 밀어 감자와 애호박을 썰어넣고 칼국수를 해 먹으며 흐르는 땀을 씻으며 이열치열이라고 했다. 또 시원한 콩국물에 말아 먹으며 더위를 쫓기도 했고 호박과 부추에 풋고추를 넣고 부침개를 해 먹기도 했다. 마침 애호박도 있고 다른 야채도 있어 호박부침을 해 먹을 생각이었다.

이른 아침 토요일이라 체육관도 늦게 열고 마냥 게으름을 부리려고 해도 허리가 부실해 오래 누워있기도 힘들어 커피나 한 잔 마실 요량으로 주섬주섬 일어나는 참이었다. 스마트폰이 울었다. 눈에 익은 이름이 떴다. 근처에 한 번씩 가는 옷가게 사장이었다.

전날 오후 짬을 내 들렀다. 다른 손님들이 옷을 보고 있었다. 가 본지도 오래 되었고 시원한 옷이나 있으면 입을까 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커피만 한 잔 마시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손님들중 한 명이 밤에 열이나고 이상 증세를 보여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했다.

급한 사람은 옷가게 사장이었다. 그 날 왔던 손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마스크 착용하고 외출하지 말고 있으라고 하며 양해를 구했다.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 이해를 하고 넘어갔는데 문제는 나였다. 주말이면 가게가 더 바쁜데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할머니 보고 싶어 온다는 조카딸을 못 오게 했다.

앞으로 진행 될 일을 생각하며 화가 난 사또 눈치 살피랴 손녀딸 못 만나게 되어 서운해 하시는 어머니 눈치에 한여름에 살얼음판이었다. 휴일에 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게 닫고 집에 갇혀 있으려니 죄수가 따로 없었다.

수시로 옷가게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상태를 알아보면서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알려달라고 했다. 밤이 되어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면서 새벽이 되었다. 어제 사용하지 못한 재료를 버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펼쳤다. 신문도 하루 지난 신문이니 새로울 게 없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바늘방석이었다.

아홉시를 넘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음성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울더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놓이면서 한편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 가족과 떨어져야하는 마음이 영상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휴일에도 더위와 싸우며 수고하는 의료진의 노고에 안도감 보다 더 큰 감사가 솟아올랐다.

올들어 가장 긴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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